영화 '로켓맨'은 엘튼 존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전적 뮤지컬 영화로, 단순한 전기영화를 넘어 ‘창작’과 ‘자기 수용’이라는 깊은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엘튼 존이 겪은 심리적 트라우마, 그로 인한 창작의 동력, 그리고 예술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트라우마가 만든 내면의 불꽃
엘튼 존, 본명 레지널드 드와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 속에 자랐다. 영화 ‘로켓맨’ 속 어린 레지는 감정적으로 단절된 부모와 살아가며, 기본적인 인정이나 애정조차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 아버지는 늘 무관심했고, 어머니는 냉소적이며 감정을 억압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런 배경은 엘튼 존이 성인이 된 이후까지 강한 영향을 미친다. 그는 주변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사회적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심리적 결핍은 그의 창작에 있어 거대한 불꽃이 된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 트라우마는 억눌린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엘튼 존은 음악을 통해 자신이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로 삼는다. 이처럼 ‘로켓맨’은 단순한 성공의 서사가 아닌, 깊이 있는 심리 분석과 감정의 토로를 담은 작품이다.
감정의 언어, 음악으로 표현하다
영화 속 엘튼 존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실제로도 엘튼 존은 작사에는 자신이 아닌 버니 토핀을 고용하고, 감정의 깊이를 멜로디로 전달한다. 이는 말보다 음악이 훨씬 강력한 전달력이 있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로켓맨’의 연출은 이런 엘튼의 감정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일반적인 전기영화와 달리, 장면 중간중간 삽입된 뮤지컬 시퀀스는 현실을 뛰어넘는 상징으로 가득하다. 어린 레지가 공중을 나는 장면이나, 무대 위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시각화한 기법이다. 이는 심리적 해소, 즉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특히 ‘Goodbye Yellow Brick Road’나 ‘Your Song’ 같은 곡들은 단순한 히트곡이 아닌, 엘튼 존 내면의 심리를 담은 자전적 노래다. 그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망, 거절당한 상처, 성공 뒤의 공허함이 음악 속에 녹아 있다. 이처럼 음악은 엘튼에게 자아를 정리하는 수단이며,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방식이기도 하다.
예술을 통한 자아의 회복
‘로켓맨’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자기 수용과 회복이다. 엘튼 존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직면하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진정한 창작자로 거듭난다. 이 과정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매우 강렬하게 표현된다. 그는 중독과 허무,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결국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마주한다.
그는 그동안 회피했던 감정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음악 속에서 자신을 다시 정의한다. 이때 중요한 전환점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음악이 아닌, 자신을 위한 음악을 시작하게 되는 순간이다. ‘I’m Still Standing’은 단순한 명곡이 아니라, 회복과 재탄생의 선언이며, 존재의 긍정을 담고 있는 곡이다.
예술은 그에게 상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었고, 동시에 치유의 도구였다. 우리는 로켓맨을 통해 진정한 창작은 고통을 직면하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킬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게 된다.
‘로켓맨’은 엘튼 존이라는 슈퍼스타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창작자들이 겪는 심리적 여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트라우마와 고통이 때론 예술의 불씨가 되고, 음악은 표현의 언어가 되며, 진정한 치유는 자기 수용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자기 내면을 이해하고 표현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